재활전문 병원 한방과장으로
첫 취업을 했을 때
첫 취업의 기쁨이 10%이고
긴장과 두려움 90%였다.
당시에는 오후 5시 반 진료 마치고 퇴근이었는데
진료 시간에 너무도 부담감이 커서
퇴근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꼈다.
내 몸에 자침 연습하던 시기
어느 날
안면마비 환자분이 오셨다.
아무리 애써도 막 졸업한 티가 나는지 첫눈부터 나를 못마땅하게 보시는데,
나는 진단에 최선을 다해야 하므로
중추성 안면마비를 배제하기 위한 테스트를 시행하고
문진을 진행하려고 했다.
안면마비로 인해 환자분의 발음을 알아듣기 어려워
같은 질문을 다시 여쭈어보는데,
환자분은 짜증내며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테스트에도 응하지 않고
"큰 병원에서 이미 다 한 거다"면서 계속 짜증스러워하셨다.
그리고 나에게
"이거(안면마비) 해봤어?"
(반말로) 물으시는데
너무 찔렸다.
사실 안면마비 환자를 실제로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첫 직장이었던 재활 병원
처음이라고 솔직히 말씀드리고,
하지만 저는 면허를 받은 한의사이니 믿어주시라고,
6년동안 한의대에서 필요한 공부 다 했고 침 놓을 줄 안다,
최선을 다해서 치료하겠다고 설명을 드리는데,
내내 못미더운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어디 한번 놔봐" 하신다.
안면마비여서 환자분의 안면에 침을 놔야 하는데
계속 눈을 뜨고 계시고
환자분의 의심에 가득 찬 시선이 향하는 곳은
바로 침을 쥔 내 손이었다.
침 놓는 손이 왠지 떨릴 것도 같고
영 죽겠는 심정이 되었다.
'집중하자 집중'
'나는 치료자다 치료자다..'
되뇌였지만,
환자분은 끝까지 눈을 뜨고 얼굴로 내려오는 침끝을 하나 하나 바라보셨고,
긴장한 나는 결국 원래 목표했던 경혈의 반밖에 놓지 못하고
숨막히도록 길게만 느껴지는 자침 시간을 종료하였다.
초짜 한의사였던 시절
자책으로 더 무거워진 발걸음을 이끌고 다음날 아침 병원 문을 밀고 들어가니,
잠겨있는 한방치료실 문 앞에
그 환자분이 서 계셨다.
이 시간에 웬일이시지??
순간 어안이벙벙해 있는데
문을 따자마자 치료실로 들어오신 환자분은
어제와는 다르게 나에게 웃어보이시며
침 맞고 얼굴에 감각이 많이 돌아왔고
표정 짓기 등 안면근육도 훨씬 잘 움직여진다고,
침 맞으려고 일찍 와서 기다렸다고 말씀하신다.
당시에는 너무 예상 밖의 일이라
환자분 안면근육의 변화를 어떻게 체크했는지 기억에 남아있지 않지만,
환자분의 행복해진, 마음을 놓은 표정과
한결 알아듣기 쉬워진 발음으로
어떻게 병에 걸리게 되었는지 큰 병원에서 어땠었는지
종달새처럼 끊임없이 이야기하시던 것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때 나도 긴장했지만, 환자분은 더 긴장하고 무서우셨던 거구나.
그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초짜 한의사에게 침을 맞아주신 환자분에게 감사를 드린다.
진료라는 행위의 무거운 부담감은 줄어들지 않지만
그보다 더 큰 치료의 기쁨을 알려주신
저와 인연을 맺은 모든 환자분들께
감사와 함께
건강한 삶을 기원드린다.
진단한의원